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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영화

[한국 영화]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 ( 2012 )

by 릭모티 2021. 6. 10.

 

 

장르 : 드라마, 범죄 / 출연 : 최민식, 하정우, 조진웅, 김혜은, 김성균 등

 

제일 애정 하는 한국영화 중 하나로 기회주의자 최익현(최민식)의 일대기를 통해 인간 본연의 추하고 이기적이며 탐욕스러운 면모를 잘 그려낸 명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줄거리보다는 감상평을 쓰려고 합니다. 이미 내용을 아는 사람이 많은 인기작이 기도 하고, 작품 자체가 서사의 화려함보다는 인물들의 감정 변화가 두드러지는 작품이기 때문에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고 싶네요.

 

그래도 짧게 줄거리를 이야기해 보자면 뒷돈이나 받아 챙기던 비리 세관 공무원 최익현이 어느 날 주인 모를 마약 10kg를 입수하게 되고, 판매를 위해 조폭 두목 최형배(하정우)를 만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입니다.

 

최익현이라는 인물은 가부장적이고 꽉 막힌 꼰대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언제든 강자에게 굽힐 준비가 되어 있는 비굴한 인물로서 박쥐처럼 자신에게 더 이득이 될 쪽에 붙기 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죠. 그는 유서 깊은 가문 출신인데, 집안사람 중 판검사 등 소위 '한 따까리' 하는 상위 계급들이 많아 그들에게 로비를 함으로써 인맥을 넓히고 적재적소에 이용합니다.

 

너거 서장 남천동 살제?

아주 유명한 장면인 경찰서 씬. 

"너거 서장 남천동 살제?" 

 

최익현이 수갑을 차고도 떳떳할 수 있는 이유. 서장과  밥도 먹고 사우나도 가고 다 했을 정도로 친밀하기 때문에.

 

지금은 저런 장면이 우습게 보이지만 과거에는 분명 혈연 지연 학연 중심의 사회가 존재했고 그로 인한 부정부패도 많았죠. 저 장면이 현실이 아닌 콩트를 보는 듯한 조금 현실감 없는 코미디로 비치는 요즘 시대가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완전히 사라진건 아니지만 공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회가 되었다 보니 저 시대처럼 대놓고 그랬다가는 오히려 역풍을 맞기 십상이지요.

 

 

행배와의 첫만남

 

최익현의 뿌리 깊은 혈연 중심 사고를 보여주는 장면. 부산에서 제일 큰 조직폭력배의 두목 최형배 앞에서도 단순히 집안 조카뻘이라는 이유로 당당하게 어깨를 피고 제대로 된 인사를 할 것을 요구하는 정신 나간 최익현의 모습.

 

 

마, 니 불 함 붙이봐라

 

그에 반해 최형배는 오로지 힘만으로 권력을 쟁취한 인간입니다. 그의 세계에선 주먹이 법이자 질서죠. 어찌 보면 순수하고 단순한 최형배에게 박쥐 같은 기회주의자 최익현은 조금 신기한 인물입니다. 

 

조계장을 후드려 패는 장면 

 

최형배가 최익현을 인상 깊게 보게 된 사건입니다. 최형배와 찾은 술집에서 우연히 전 직장 상사 조 계장을 만나게 된 최익현. 조계장에게 악감정을 가지고 있던 최익현이 사람들 앞에서 조계장을 패 버립니다. 그 전에는 찍소리도 못하는 대상이었는데, 최형배를 등에 엎고 위풍당당해진 것이죠. 

 

물리적인 힘을 가진 최형배, 기회를 잘 노리는 최익현. 둘은 서로에게 부족한 것을 채워주며 세력을 넓혀가지만 노태우 대통령이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함으로써 큰 위기를 맞게 됩니다.(범죄와의 전쟁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wikipedia.org) / 관련링크)

 

하지만 그럼에도 최익현은 끝까지 살아남아 결국엔 큰 성공을 거둡니다. 내 가족이라며 침 바른 소리를 뱉으면서도 최형배를 배신하고, 김판호도 배신하면서 말이죠. 

 

최익현이 도덕적으로 옳다고는 할 수 없지만 대단하다 느꼈습니다. 말단 공무원에서 시작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부와 권력을 쌓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정말 강한 사람은 최형배였지만 살아 남아 성공한 것은 최익현이죠. '약육강식≠적자생존'의 예시 같네요.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다! 저 시대의 적자는 최익현 같은 인물이었나 봅니다.

 

잘 만든 한국 범죄 영화로서 굉장히 추천드리고 쫄깃한 명대사가 많습니다.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면 최익현을 제외한 캐릭터들이 평면적인 편입니다. 특히 조진웅 배우를 좋아하는데 그가 맡은 김판호役이 부산에서 둘째 가는 주먹 치고는 가벼운 느낌이었습니다. 그래도 대부분의 캐릭터가 신선하고 매력적이어서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한 순간도 지루하지 않게 감상했습니다. (배우들의 연기도 일품) 

 

인간의 다양한 모습을 다뤘기 때문에 다각적으로 감상하기에도 좋으니 꼭 보세요.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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