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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영화

[영화 리뷰] 언더 더 스킨(2014)

by 릭모티 2021. 8. 9.

 


조나단 글래이저 감독, 스칼렛 요한슨 주연의 2014년 개봉작입니다.
외계인이 등장해 지구인을 납치, 살인하는 잔인한 이야기지만 SF 미스터리, 호러물이라고 하기엔 휴머니즘이 느껴지는
잔인하고 슬픈 드라마라 장르는 제 멋대로 드라마라고 하겠습니다.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감상에 주의해 주세요.

스칼렛 요한슨은 지구 스코틀랜드에서 일하는 외계인 노동자입니다.
아름다운 외모는 사실 죽은 인간 여성의 것으로 그녀의 본모습은 시커먼 외계인입니다.

그녀가 어디서 왔는지는 안 나옵니다. 그냥 스칼렛 요한슨을 비롯해 (이하 그녀) 그녀의 상관인듯한 라이더 몇 명이 나오는데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며 그녀를 감시합니다. 그들은 인간의 언어를 쓰지 않고 눈으로 대화합니다.


그녀의 업무는 매력적인 외모를 통해 남자를 꼬시는 것입니다. 트럭을 몰고 다니면서 남자들에게 길을 물어본다던지 하는 방법으로 접근해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가고, 좋은 분위기만 만들어주면 남자들은 100% 넘어옵니다. 그녀가, 아니 그녀의 탈이 너무 매력적인 탓에 승률은 100%입니다.

넘어온 남자들은 집으로 데려갑니다. 분위기를 잡고 옷을 하나씩 벗으며 천천히 걸어가면 남자들도 홀린 듯 옷을 벗고 그녀의 뒤를 따릅니다.



하지만 이상하게 몸이 밑으로 빠지고

 


어두운 심연같은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미지의 공간에 갇히게 됩니다. 그녀는 위에 있고 사냥당한 남자들만이 밑에 갇혀 허우적 댑니다. 뒤늦게 상황을 파악하고 이상한 공간에서  벗어나려 해 보지만.


한순간에 이렇게 껍데기만 남게 됩니다. 안에 있던 내장이나 살 뼈 등등은 외계인의 식량으로 쓰입니다.

그녀는 쉽게 인간의 살과 뼈를 취합니다. 그저 웃고 친근하게 이야기하기만 하면 사냥감들은 제발로 따라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해변을 찾았다가 사냥감을 발견하게 됩니다. 체코에서 왔다는 그는 자유롭고 친절했습니다. 늘 그렇듯 사냥감과 자연스레 대화를 나누는데, 갑자기 어떤 여자가 바다에 빠진 강아지를 구하기 위해 뛰어들었다가 파도에 휩쓸립니다. 그 모습을 본 남편이 막 태어난 갓난애기를 내팽개치고 아내를 구하러 바다에 뛰어듭니다. 결국 두 사람 다 위험에 빠지고... 어느 순간부터 여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허우적대는 남편만 보입니다.
사냥감 남자는 사람을 구하러 지체 없이 물에 뛰어듭니다. 외계인 요한슨은 그 상황을 지켜봅니다.

그녀가 보기에는 심히 이상한 장면입니다. 누군가를 구하려 자기 목숨을 기꺼이 내놓는 이타적인 행동이 신기합니다.

수영실력이 좋은 체코인 사냥감은  남편을 겨우 구했지만 남편은 이젠 보이지도 않는, 이미 죽었을 아내를 찾기 위해  다시 바다에 뛰어듭니다. 체코인은 기진맥진해서 해변에 누워있습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그녀는 이상한 감정을 느끼지만.. 일단은 돌로 뚝배기를 깐 다음 집으로 데려가 처리합니다.

그날 이후 실종된 부부에 대한 뉴스가 가끔 들려오고 왠지 뉴스를 들을 때마다 기분이 묘합니다.


공과 사를 구분하는 워커홀릭 그녀. 어쨌든 또 누군가를 사냥했습니다. 신경섬유종증을 앓고 있는 남자인데, 연애를 한 번도 해보지 않았다고 합니다. 외계인 눈에는 똑같은 사람입니다. 어차피 필요한 건 뼈와 살이고 나머지는 버릴 껍데기에 불과하니까요.

그러나 그녀는 이번 사냥감에 연민을 느끼고 그냥 풀어줍니다. 사냥감은 도망가지만 요한슨을 감시하는 다른 외계인들에게 잡혀서 죽임을 당합니다. 그들은 그녀 또한 죽이려 합니다. 그녀는 도망갑니다.

목적지 없이 버스를 타고 헤매는데, 늘 그랬듯 남자들이 말을 겁니다. 승객도 기사도. 하지만 더 이상 옛날처럼 노련하게 유혹하지 못합니다. 그녀는 더 이상 사냥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우연히 친절하고 착한 남자를 만나게 됩니다. 그는 그녀를 집에 데려가서 보살펴주고 억지로 성적 접촉을 시도하지도 않습니다. 그의 사랑에  마음의 문을 열어버린 그녀. 분위기가 고조되고 둘은 자연스레 스킨십을 합니다. 점점 더 농도가 짙어지자 갑자기 그녀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거울로 자신의 모습을 확인해 봅니다. 뒤집어쓴 가죽에 마찰이 지속되면 벗겨지므로 확인해 본 것입니다.
결국 그녀는 자신의 정체를 들키지 않으려는 듯 숲으로 도망갑니다. 벌목꾼이 말을 걸지만 이제 그녀는 인간을 죽이는 외계인이 아니라 한낱 인간 여성이기 때문에 두려움을 느끼고 피합니다.
숲을 헤매다 찾은 쉼터에서 잠시 눈을 붙이는데 이상한 기척에 눈을 떠보니 아까 그 벌목꾼이 그녀를 만지고 있습니다.

그녀는 필사적으로 도망을 가지만 결국 잡혀 성폭행당할 위기에 처합니다. 강렬히 저항하다가 결국 껍데기가 벗겨집니다.

 


완전히 분리된 껍데기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요.
벌목꾼은 그녀에게 기름을 붓고 불을 붙입니다.
하지만 그녀는 끝까지 껍데기를 놓지 않습니다. 진짜 자신의 일부분인 것처럼, 불에 타는 순간에도 꼭 쥐고 놓지 않습니다.


인간 사회에 완전 동화되어버린 한 외계인의 이야기입니다.
그녀 말고 다른 외계인 몇 명도 나오는데 그들은 인간의 언어를 사용하지 못합니다. 인간과의 접촉도 없습니다.
직접 인간과 대화하고 생활하는 그녀만이 어느 순간 인간에게 동화되고, 연민을 느끼고 두려움도 느낍니다.

영화에 나온 남자들은 동물 같은 본능 때문에 죽습니다. 요한슨도 본능을 자극해 사냥할 때는 마치 인간이 가축을 대하듯 편하고 자연스럽게 진행합니다. 하지만 해변에서의 사건 이후 요한슨은 인간에게 본능 이상의 것을 봅니다. 인간의 이타심을 보고, 평생 동정이었던 신경섬유종증 남자에게는 외로움을, 자신에게 친절했던 그 남자에게는 깊은 애정을 확인합니다. 더 이상 그들을 식량으로 대할 수 없는 그녀. 왜냐하면 그녀 또한 인간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도구를 쓰고 두발로 걷고 언어를 사용하고, 인간의 살가죽을 썼을 때도 그녀는 인간이 아니었지만
오히려 살가죽이 벗겨지고 시커먼 본체가 드러난 후에는 진짜 인간이 된 듯해 보였습니다.

살가죽 속의 인간은 누군가에겐 뼈와 살 뿐인 고깃덩어리지만
누군가에겐 지키고 싶고 사랑하고 싶고 사랑받고 싶은 존재임을 알게 된 그녀.

하나의 예술작품을 보는 듯 아름다운 영상미가 돋보이는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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